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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씨네 프리뷰] '프리즌', 양날의 검이 된 한석규의 존재감 영화마저 가둬 버리다

enews24 이동현 기자|입력. 2017-03-21 07:57|최종수정. 2017-03-21 11:28

배우의 빼어난 연기와 존재감은 분명 영화의 훌륭한 볼거리다. 좋은 배우는 영화의 흥미를 높이고 감동을 더한다. 관객들은 그런 배우를 보고 감동하고 영화에 대한 만족지수를 높인다. 하지만 배우의 연기력이 너무 뛰어나고 존재감도 거대해 영화를 완전히 지배해 버리면 어떨까.
[e씨네 프리뷰] ’프리즌’, 양날의 검이 된 한석규의 존재감 영화마저 가둬 버리다23일 개봉되는 범죄 앵션 영화 '프리즌'(나현 감독)은 한석규라는 한국 영화계의 거인이 양날의 검이 돼 전반을 지배한 작품이다. 한석규 스스로도 "내 연기가 봐줄 만했다"고 칭찬할 정도로 빼어난 연기와 20여년 공력의 카리스마가 고스란히 드러난 존재감은 차고 넘칠 볼거리였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영화 자체의 미덕이 일부 가려지기도 했다. 관객 입장에선 한석규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하지만, 영화 자체의 내러티브를 즐기고 싶은 관객은 뭔가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프리즌'은 제목이 의미하듯 감옥 이야기다. 전직 꼴통 경찰 유건(김래원)이 제소자가 돼 감옥에 들어가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감옥에는 제소자들을 지배하는 절대자 익호(한석규)가 있다. 그는 제소자 뿐만 아니라 교도관 심지어 교도소장까지 지배한다. 감옥 자체의 지배자다. 심지어 감옥 바깥 사회까지 지배하려는 야욕을 지녔다. 실제로 그는 감옥 안팎에서 장애물을 제거하며 하나하나 실천에 옮긴다.

'프리즌'은 감옥에 대한 개념을 뒤엎는다. 상식적으로 감옥은 나와야 하는 곳인데, '프리즌'의 감옥은 나와서는 안되는 곳이다. 갇혀 있기에 완전 범죄를 저지를 수 있고 더 큰 이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영화 속 감옥은 완전한 범죄를 위한 안전지대인 셈이다. 익호는 그런 감옥의 절대 제왕이다. 적어도 감옥에선 그가 무엇을 하든 누구도 그에게 뭐라 할 수 없다. 유건은 그런 익호의 눈에 띄어 그의 오른팔이 된다. 그리고 그의 바깥 세상 지배 야욕에 동참한다.

여기까지만 봐서는 어딘지 다른 범죄 액션 영화다. 선과 악의 도식적인 구분도 없다. 그저 단순한 악의 연대기다. 하지만 자체로 부족함도 아쉬움도 없다. 한석규의 연기와 존재감 덕분이다. 그는 특유의 나직한 어조로 중량감 있는 악을 표현한다. 안정감 있는 카리스마에 사악함을 담아낸다. 관객 입장에선 악에 동조하는 현상까지 느끼게 된다. 한 차원 다른 악역의 모습이 한석규에 의해 재현된 덕분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프리즌'은 기존 범죄 영화의 공식으로 향한다. 악은 악일 뿐, 악이 선을 지배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로 방향키를 돌린다. 물론 이 때에도 한석규는 거물 다운 연기 전환을 보여준다. 냉철하고 안정감 있던 익호의 무결점 절대악이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빈틈 투성이 악으로 바뀌어 간다. 결코 무너질 수 없는, 아니 무너져선 안될 것 같던 익호의 '악의 제국'이 무너져야 하는 '범죄 집단'으로 바뀐다. 그 과정 또한 한석규의 눈빛과 표정을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e씨네 프리뷰] ’프리즌’, 양날의 검이 된 한석규의 존재감 영화마저 가둬 버리다김래원 조재윤 정웅인 신성록 김성균 이경영 등 전체 출연진의 연기도 탄탄하다.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특히 김래원은 상황에 맞는 연기 톤을 직접 계산하며 섬세한 연기를 펼쳐보였다. 거친 상남자의 캐릭터에 정교함을 실어낸 그의 연기는 가히 '인생 연기급'으로 손색이 없다. 직전 출연작인 드라마 '닥터스'의 감미로운 의사가 거친 꼴통 제소자로 급변신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럼에도 '프리즌'의 미덕은 한석규에게 집중된다. 뛰어나도 너무 뛰어나기 때문이다. 감옥이라는 공간에 대한 상식의 파괴, 소수가 다수를 폭압으로 지배하는 부조리, 권력의 추악한 이면 등 작품 자체의 미덕 또한 한석규와 함께 할 때 의미 있어 보인다. 미덕 자체만으론 큰 의미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프리즌'은 잘 만들어진 오락 영화다. 고정관념을 깨고 상식을 뒤엎는 재미도 있다. 진중한 메시지도 담아내고 있다. 배우들의 호연도 훌륭하다. 전반적으로 딱히 흠잡을 구석이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어딘지 아쉬움이 남는 건 너무나 걸출한 무언가에 소소한 미덕들이 가려진 탓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걸출함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만한 영화임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23일 개봉. 러닝타임 125분. 청소년관람불가.


이동현 기자 kulkuri7@enews24.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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