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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스토리] 백금녀부터 이국주까지, 무게감 넘쳤던 개그우먼 계보는?

enews24 이인경 기자|입력. 2014-08-08 08:00|최종수정. 2014-08-08 16:20

"살과의 의리~"를 외치는 개그우먼 이국주가 대세녀로 떠올랐다. 날씬 몸매와 다이어트가 지배하는 요즘 같은 사회에 살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이국주의 행보는 의외로 신선하다.

돌이켜 보면, 한때 코미디계에서는 뚱녀와 추녀 캐릭터가 인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신영 김현숙 강유미처럼 개그우먼들마저 몰라보게 살을 빼 수많은 통통족에게 배신감(?)을 안기고 있다. 20년 넘게 살과의 의리를 지킨 이영자처럼, 그 무게감 만큼이나 국민적 사랑받았던 개그우먼은 없었을까?
[레트로 스토리] 백금녀부터 이국주까지, 무게감 넘쳤던 개그우먼 계보는?# 백금녀-오천평-최용순, 뚱녀 트로이카 전성시대

소위 '뚱녀' 캐릭터의 원조로는 동춘서커스단 출신인 故 백금녀(본명 김정분, 1931~1995년)를 들 수 있다. 백금녀는 한국 코미디의 원로인 서영춘과 콤비를 이뤄 만담 개그를 선보인 여성 만담꾼이다. 몸무게가 무려 110kg에 육박할 정도로 풍채가 좋았다. 이에 상대적으로 마른 서영춘과 '갈비씨와 뚱순이'라는 애칭으로 활동했다. 마치 성(性)이 뒤바뀐 듯한 만담으로 웃음을 줬다.

나중엔 서영춘이 여장을, 백금녀가 남장을 하고 '거꾸로 부부'라는 코너를 만들어 1960년대와 19070년대 코미디계를 주름잡았다. 당시 시대 상황에 비추어 보면, 사회적 지위가 열세인 아내가 큰 몸집을 무기 삼아 권위적인 남편에게 맞선다는 설정 자체가 여성들에게 큰 대리 만족을 안겨줬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도 회자되는 서영춘-백금녀 콤비의 '갈비씨와 뚱순이' 만담판(앨범) 중에는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프(컵) 없이는 못 마십니다", "니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콕콕 찔렀지 내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콕콕 찔렀느냐 삐 빱빠 룰라 삐 빱빠 룰라" 등 재치가 넘치는 노랫말이 돋보이는 곡들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두 사람의 만담이 미국보다 앞선 세계 최초의 '랩'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활약상에 힘입어 백금녀는 60년대 중후반 연예인 총수입 1~2위를 다툴 만큼 부와 명성을 얻었다. 또 막내 아들인 강민은 어머니를 따라 개그맨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인기는 자신보다 더 덩치 좋은 개그우먼 오천평(본명 장정숙)의 등장으로 다소 시들해졌다. 167cm의 장신에 115kg의 몸무게를 지녔던 그는 60년대말 남녀 코믹 복싱대회가 인기를 끌자 이같은 코너에 출연해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톱여배우인 남정임과 함께 영화 '남정임 여군에 가다'에 조연으로 출연해 연기자로도 입지를 굳혔다.

70년대에는 또 한명의 육중한 여성 희극인이 등장했다. 그의 등장으로 '뚱녀 트로이카' 전성시대를 이루게 됐다. 바로 연기자 출신 희극인 故 최용순이다. 최용순(1946년~2000년)은 1969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으나 1973년 TBC 공채 코미디언이 되어 TBC에서 주로 활동했다.

특히 1975년 2월 TBC '게임쇼' 설날 특집에서 백금녀 오천평 최용순 등 '뚱녀 트로이카'가 한자리에 모여 화제를 모았다. 여기서 셋은 '뚱뚱이 대 홀쭉이' 게임 대회에서 뚱뚱이 팀으로 양훈 박성원 등과 뭉쳤다. 홀쭉이 팀에는 양석천 이상한 이상해 김희자 배연정이 출연했다

최용순은 70년대 유행하던 스탠딩 개그보다는, 시트콤 형식의 콩트 개그에 주로 출연했다. 특유의 거대한 몸매로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들 앞에 나타나 힘으로 제압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여기에 순박하고 사람 좋은 인상으로 사투리를 구사해 푸근하면서도 건강한 웃음을 선사했다. 주로 코미디언 이상해와 부부로 나왔다. 여성으로는 최초로 1992년 KBS 희극인실 실장을 역임하는 등 활발한 사회적 활동을 했지만, 2000년 초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를 절단했고, 이후 얼마지 않아서 세상을 떠났다.
[레트로 스토리] 백금녀부터 이국주까지, 무게감 넘쳤던 개그우먼 계보는?# 이경실 이경애 넘어선 '영자의 전성시대'

1980년대에는 이경실 이경애 등이 인기를 모았지만, 통통한 몸매보다는 입담으로 두각을 드러낸 경우였다. 온몸으로 국민을 웃겼던 '백금녀-오천평-최용순'의 후예로는 1991년 데뷔한 이영자(본명 이유미)를 들어야 한다.

이영자는 시골 느낌 물씬 풍기는 구수한 사투리에, 촌스런 '영자'란 이름으로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90kg에 육박하는 체구였지만 물찬 제비처럼 날렵했다. 유연한 댄스 본능을 지녀 다방면에서 끼를 분출했다. 코미디는 물론 연기와 노래, 춤까지 능해서 그야말로 만능 버라이어티 연예인의 탄생을 알렸다.

데뷔 초인 1991년부터 MBC '웃으면 복이와요' '일요일 일요일밤에' '즐거운 세상-영자야 울지마라' '오늘은 좋은 날' '특종TV연예' '일요일 일요일 밤에-영자의 방' 'TV 인생극장' 등에서 메인 자리를 꿰차 시청률 1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인 씨름 선수 출신 강호동의 등장으로, 이영자는 '친정'이나 마찬가지였던 MBC를 떠나는 사건을 맞게 된다.

1994년 이영자는 프리 선언을 한 채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이영자는 2007년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MC 강호동을 향한 과거의 울컥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1994년 출연하고 있던 '오늘은 좋은 날'에 신인 강호동이 투입됐는데, 그가 방송에서 삼키지 못할 만큼 많은 만두를 내 입에 밀어넣었다. 그 바람에 실제로 입이 가로로 찢어졌다. 화가 많이 나서 PD에게 '왜 강호동만 예뻐하냐'고 대들었다가 프로그램에서 잘렸다. 결국 분해서 프리 선언을 하고 SBS로 갔다"고 고백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SBS로 간 이영자는 신동엽 홍진경이라는 단짝을 만나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안계시면 오라이~"를 외치던 푸근한 버스 안내양 이영자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또 28세의 나이에 KBS2 '슈퍼 선데이'(1996년)의 시트콤 '금촌댁네 사람들'에서 네다섯 남매를 둔 충청도 억척 엄마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모았다.

재미있는 점은 이영자가 당대의 남자 톱스타들과 러브신을 연기한 화려한 과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영자는 배용준 장동건은 물론, 방한 스타였던 장국영 곽부성과도 포옹 등을 겸한 베드신(?)을 연기애 큰웃음을 안겼다. 육중한 이영자를 양손에 번쩍 들고 침대로 가는 남자 스타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포복절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영자와 애정신을 찍은 남자 스타들은 더큰 인기를 모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원준이었다.

꽃미남 가수로 신인 때부터 주목받은 그는 MBC '특종TV연예'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영화 '보디가드'를 패러디한 콩트에서 멋진 보디가드 역을 맡았다. 이영자를 들쳐 업고 구해내는 장면으로 수많은 소내 팬들의 심장을 불타오르게 했다. 휘트니 휴스턴 만큼이나 섹시 카리스마를 발휘한 이영자는 이후에도, 장국영을 만나 자신을 '한국의 왕조현'이라고 소개하는 등 대범한 언행으로 오랜 기간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레트로 스토리] 백금녀부터 이국주까지, 무게감 넘쳤던 개그우먼 계보는?# "통통해도 예쁘네~" 미모 겸비한 재주꾼들

2000년대 들어서는 이영자 만큼 폭발적이거나 장기 집권한 개그우먼은 사실 찾아보기 힘들었다. 갈수록 외모 지상주의가 연예계에 만연해, 개그우먼 사이에서도 예쁜 외모를 지닌 김지혜 백보람 김지민 등이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중 가뭄의 단비처럼 '통통족'들의 지지를 받았던 개그우먼들이 있기도 했는데, 신봉선 김신영 강유미 김민경 김현숙 등이 대표적이다.

신봉선과 김신영은 작고 통통한 체구로 섹시 스타인 손담비, 이효리 등을 패러디한 댄스 퍼포먼스로 인기를 끌었고 강유미는 KBS2 '개그콘서트'에서 '사랑의 카운슬러' '분장실의 강선생' 등을 통해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육탄 연기로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강유미 김신영 신봉선은 이내 다이어트를 통해 통통과 거리가 먼 정상 체중으로 변신해 데뷔 초의 푸근하고 귀여운 매력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현재는 '개그콘서트'의 '뿜엔터테인먼트' 코너에서 김민경이 뚱뚱한데 공주인 '자뻑' 연예인으로 출연해 사랑받고 있다. 데뷔 후 9년간 무존재 비호감이었던 이국주가 김보성을 패러디한 '으리' 캐릭터로 터프한 중성미를 과시해 새롭게 '통통' 개그우먼 전성시대를 열어나가고 있다.


이인경 기자 judysmall@enews24.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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