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칸도 '버닝'"..이창동X유아인 합작한 '젊은이의 세상'

enews24 고홍주 기자 | 입력 2018-05-16 오후 6:56:18 | 최종수정 2018-05-17 오전 11:36:24


청춘의 얼굴이란 때론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말해주는 법이다.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당시엔 견딜 수 없는 인생의 고비로 느껴지듯이, 청춘의 무력감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이를 감히 세상 밖으로 풀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창동 감독이 8년의 고민을 거쳐 담아낸 '젊은이의 세상'은 그래서 더욱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버닝'(이창동 감독)이 16일(수) 오후 6시 30분(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로,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연상엽)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담는다.

[리뷰] "칸도 '버닝'"..이창동X유아인 합작한 '젊은이의 세상'
유통회사 아르바이트 생으로 일하며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는 20대 청년 종수는 오랜만에 재회한 어릴 적 친구 해미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그녀와 어울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종수와 해미의 삶에 불쑥 들어온 벤이 두 사람의 인생에 균열을 일으키고, 영화는 148분의 러닝타임 내내 물고 물리는 물음표를 던지며 묘한 긴장감을 남긴다.

그 중심에 자신의 취미를 비밀스럽게 고백하는 벤, 흔들리는 종수, 벤이 고백했던 날 이후 사라지는 해미의 사연이 있다. 그리고 이창동 감독은 각기 다른 내면을 지닌 3인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그들의 묘연한 관계, 가질 수 없는 것을 열망하는 심리에서 빚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완성해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유아인의 연기도 단연 일품이다. 이창동 감독과 처음 만난 유아인은 끊임없는 논의를 통해 순수한 모습 이면에 예민함 또한 지니고 있는 인물의 면모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또한 '옥자'에 이어 2년 연속 칸 레드카펫을 밟는 스티븐 연, 데뷔와 동시에 칸 영화제에 입성하는 행운을 거머쥔 전종서이란 배우의 발견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리뷰] "칸도 '버닝'"..이창동X유아인 합작한 '젊은이의 세상'
이창동 감독은 세 청춘의 미스터리한 이야기에 현 시대의 자화상과 인물들을 탁월하게 표현해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인물들의 만남을 시작으로 그들의 관계를 그려내지만, 결국 이 또한 우리의 이야기다. "지금 젊은이들은 자기 부모 세대보다 더 못살고 힘든 최초의 세대다. 지금까지 세상은 계속 발전해왔지만 더이상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 없다. 요즘 세대가 품고 있는 무력감과 분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영화의 출발점을 전했던 이창동 감독의 고민은 영화 전반에 제대로 녹아졌다.

또 하나, 원작의 헛간 대신 비닐하우스가 등장 인물들을 잇는 매개체로 그려지는데, 이창동 감독은 특유의 연출 결을 살려 원작과는 다른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제목 '버닝'은 태운다는 의미와 함께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잘 쓰이는 단어다. 뭔가에 에너지를 쏟고 불태우려는 뜻도 있지만 반대로 버닝이 잘 되지 않는 상태에 빠진 것도 지금의 젊은 세대다. 이창동 감독은 이 같은 이중적 의미로 '버닝'을 제목으로 정했다고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영화 '박하사탕', '초록물고기', '밀양', '시'에 이어 '버닝'까지 무려 5번째로 칸 영화제에 진출하며 또 한 번 저력을 보여준 이창동 감독. 이제 영화계 시선은 폐막식인 19일 오후(현지 시간) '버닝'의 수상 여부로 향하고 있다. 5월 17일 개봉.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호호호비치


고홍주 기자 falcon12@enews24.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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