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애 "아직도 연기에 목마르다"

enews24 오미정 기자 | 입력 2018-08-23 오후 6:38:25 | 최종수정 2018-09-10 오후 3:31:07


[인터뷰] 수애 "아직도 연기에 목마르다"

수애는 항상 변신을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상류사회'에서 수애는 전에 없던 연기를 보여줬다. 오로지 성공을 향해, 그리고 상류사회를 향해 직진하는 여자 오수연. 그걸 수애가 연기했다. 시골 아낙부터 왕후까지 워낙 다양한 캐릭터를 오가는 수애라 이상할 건 없지만, 야망으로 똘똘뭉친 여자는 또 새로웠다.

"처음 시나리오 읽고 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건 아니었다. 도전해 볼 부분이 많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꼭 해야겠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변혁 감독님과 소통을 하면서 확신이 생겼다. 감독님이라면 오수연 캐릭터를 위한 내 잠재력을 끄집어내 주실 수 있을 것 같았던 거다. 나는 사람 사이에서의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그런데 처음에 왜 이 캐릭터에 나를 생각하셨는지에 대해선 감독님에게 듣지 못했다. 아마도 외모와 성격이 다른데에서 오는 인지부조화적 요소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수애가 연기한 오수연은 재벌이 운영하는 미술관의 부관장이다. 관장 자리를 항상 꿈꾼다. 그런데 관장 자리는 보통 재벌가의 것이다. 그럼에도 수애는 관장 자리를 끊임없이 욕망한다. 수애는 오수연을 연기하며 그의 욕망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수연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오수연은 주변에 있는 잘난 무리들에게 안쓰럽게 눌려있는 인물이다. 열정과 욕망이 있는 것은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오히려 편안하게 지내는 나를 돌아봤다."

수애는 이 영화에서 박해일과 부부 호흡을 맞췄다. 수애가 먼저 캐스팅이 된 후 상대역으로 박해일을 추천했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져 있다. 박해일은 수애의 제안에 선뜻 화답했다. 두 사람은 이 영화를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다.

"내가 누군가에게 같이 하고 싶다고 한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박해일 선배님이 놀란 것 같다. 선배를 찾아가서 '내가 도전할 부분이 많은데 오빠가 저의 버팀목이 되어 줬으면 좋겠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래도 부담은 주고 싶지 않아서 '상류사회'가 아니더라도 꼭 한번 연기 호흡을 맞춰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부담스러웠을 것 같기도 하다.(웃음) 함께 해보니 선배님의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다."

박해일이 연기한 장태준은 신망받는 대학교수이자 정치 초년병이다. 장태준은 장태준 나름의 욕망을 위해 움직이고 오수연은 오수연 나름의 욕망으로 움직인다. 부부사이이지만 마치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함께 사는 파트너같은 모습이다.

"두 사람은 같은 방에서 싱글베드 두 개를 놓고 산다. 기혼인 선배님도 이 점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더라. 그 지점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처음부터 두 사람은 사랑이 전제된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동지가 같은, 그런 사이가 아닐까 싶었다. 서로에게 없는 무언가를 찾다가 가장 적합한 파트너로 만난게 아닌가 싶다. 영화 속 태준은 샌님같은 캐릭터다. 그런 태준의 욕망을 일깨우는 사람이 수연이다. 욕망이라는 공통점을 두고도 두 사람은 다른 면이 있다."

영화 속 장태준-오수연 부부는 만날 때마다 싸운다. 하지만 외부에 자신들을 드러낼 때에는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다. 수애가 얘기한 '파트너십'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박해일 선배과 만나는 신을 찍을 때마다 치열했다. 감독님이 만나는 신 자체가 많지 않으니 치열해야 한다고 했다. 선배님은 기혼이고, 나는 미혼이지만 끈끈한 부부애가 나온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미혼인 점은 연기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캐릭터를 많이 연구하고 연기했지만 어려운 점도 있었다. 수애는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으로 박해일과 옥상에서 만나 얘기하는 신을 꼽았다. 태준이 바람을 피운 것을 알게 된 수연이 태준을 다그치자 태준이 수연에게 "너 힐러리 같애"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에 수연도 "그러니까 당신도 클린턴 되기 전에 사고치지 말라"고 한다. 꽤나 많은 웃음이 터져나왔던, 블랙코미디같은 장면이었다.

"사실 나는 그 옥상에서의 대화 신이 가장 어려웠다. 나와 많이 다른 지점이었다. 그리고 내연녀의 존재를 알고 찾아가는 지점도 어려웠다. 나같으면 내연녀를 찾아갈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 지점에서 스스로와 충돌이 일어났다. 그래도 관객들이 많이 웃어주셔서 다행이다 싶었다."

수애는 이 영화에서 미술관 부관장을 연기하며 딱 떨어지는 정장 스타일에 짧은 헤어스타일을 보여준다. 워낙 옷태가 좋은 수애라 이번에도 빛이 난다. 어떤 옷을 입에도 스타일을 잘 살리는 수애답다.

"목선이 보이지 않는 터틀넥 스타일을 입었다. 정장은 딱 떨어지는 수트에 바지 차람이다. 스트러짐이 없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어서 하이힐을 신었다. 여성성도 잡고 일도 잡겠다는 욕심의 표현이기도 했다. 평상시에 내가 하이힐을 신지 않는데 혹시 내 걸음걸이가 이상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다. 평소에 내 모습은 모자에 편안한 신발이다.(웃음) 헤어스타일은 전문가로서의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짧게 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내 긴 머리를 좋아하셨다. 내 의견대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촬영 현장에 갔는데, 감독님이 다른 스태프들에게 '머리를 다시 붙이면 어떨까'라고 말씀하셨다더라.(웃음)"

이 영화는 꽤나 센 노출신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화에는 일본의 유명 AV 배우 하마사키 마오가 등장해 수위 높은 베드신을 보여준다. 수애 역시 수위는 높지않지만 베드신을 연기한다.

"노출을 통한 소모는 원치 않는다. 하지만 타당하고 적합한 것에 대해선 나 역시 과감한 편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 베드신에 대해 모두 동의했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상류사회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이다. 영화 속 변호사는 상류사회의 구성원들에 대해 "자기들끼리 죽을 듯이 싸워도 자신들의 돈이 담 밖으로 넘어가게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오직 돈만을 위해 움직이는 '짐승'이다. 미래그룹 회장 한용석(윤제문)의 모습은 그들의 '짐승다움'을 도드라지게 그리는 캐릭터다. 그는 오직 섹스와 돈만을 위해 움직인다. 수애에게 이런 사람들에 대한 생각, 혹은 이들을 만난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내 주변에는 이런 사람이 없다. 기사로 접한게 전부다.(웃음) 이 영화를 하게 되면서 '내 주변에 누가 가장 상류사회 인물이냐'고 물었는데, 일단 내 주변엔 없더라.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은 것은 감독님이다. 감독님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있는 것 같더라. 박해일 선배님과 '우리가 상류사회에 진입하고 싶은 사람들의 역할로 만나다니' 하면서 놀라기도 했다. 아시는대로 나는 그간 치열하고 억척스러운 역할을 많이 맡았었다."

[인터뷰] 수애 "아직도 연기에 목마르다"

수애에게 오수연 캐릭터를 비롯해 지금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스스럼 없이 연기해 온 이유를 물었다.

"'수애는 우울해', '수애는 잘 울어', '수애는 여성스러워',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이 싫었다.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드리려고 항상 도전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원한다고 원하는 캐릭터가 다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갈증을 느낄 때 새로운 캐릭터가 들어왔던 것에 대해선 배우로서 행운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의 제안을 받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아직도 연기에 있어선 목마르다."

다른 어떤 욕망보다 연기에 대한 욕망이 강한 수애다. 하지만 어느덧 선배님 소리를 듣는 연기자로서, 수애는 분명 신인 때와는 다르게 욕망을 드러낸다고 했다.

"난 연기를 전공하지 않고 데뷔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많이 배워야만 했다. 항상 순간의 분위기를 놓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치열하게 연기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언젠가부터인가 선배님 소리를 듣더라. 전에는 나 하나 신경쓰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후배들의 모습도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 상황을 즐기기 위해서 내적 여유가 있어야겠더라. 명상도 많이 하고 여행도 자주 간다. 평정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지금은 예전처럼 열정만 갖고 달리는 것은 아니다."

끝으로 그에게 앞으로 어떤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지 물었다.

"다큐멘터리다. 소외받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따뜻한 이야기에서 내가 조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의외의 욕심을 드러내는 수애. 앞으로만 뛰어온 수애이기에 조만간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수애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진 = 허정민 기자


오미정 기자 omj0206@enews24.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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