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해일 "내 욕망? 반보라도 앞으로 걸어가는 배우"

enews24 오미정 기자 | 입력 2018-09-04 오후 6:59:09 | 최종수정 2018-09-06 오후 3:21:17


[인터뷰] 박해일 "내 욕망? 반보라도 앞으로 걸어가는 배우"
박해일은 연기를 잘한다. 영화 ‘상류사회’에서도 그랬다. 박해일에게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남자 역할은 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영화를 보니 왜 변혁 감독이 그를 캐스팅했는지 알 것 같다. 야망부터 허당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 장태준을 연기하는데 박해일만한 배우가 없었을것 같다. 박해일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장태준은 박해일의 옷을 입고 '박해일스러운' 현실적 야망남으로 그려졌다.

“이 캐릭터를 맡으면 어떨까 궁금했다. 내가 해보지 않은 캐릭터, 경험해보지 않은 영화 속 배경이라 더욱 궁금했다. 수애가 맡은 오수연 캐릭터와 부부라는 설정도 반가웠다. 수애와 호흡을 맞춰가면 어떤 느낌일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박해일이 연기한 장태준은 학생들에게 인기와 존경을 받는 경제학 교수이다. 특히 서민경제를 위해 남다른 비전을 내놓는다. 그러던 어느날 임대료 문제로 분신한 노인을 몸을 던져 구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그러면서 공천의 기회가 주어지고, 상류사회로 들어가는 계단이 열린다. 장태준의 야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장태준의 시작은 대학교수, 시민운동가다. 그러다 자신의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치 입문을 꿈꾼다. 순수한 욕망이다. 아내인 오수연과는 다른 결의 욕망인 것이다. 오수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한 목표가 있다. 반면 장태준은 어쩌다 미끼를 문다. 나는 장태준이 무언가 허술하고 나름 귀여운 구석도 있다. 인간미가 있는 사람인 것이다. 애초부터 상류사회와 어울리지도 않는 사람이고, 상류사회에 들어간다고 해도 잘 살아남을 수 있는 기질의 사람은 아니다."

박해일에게 이 캐릭터를 어떻데 준비했는 지 물었다. 그는 "뉴스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정직하게 답했다.

"내가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의지했던 것이 뉴스였다. 뉴스는 평소에도 보는데, 영화를 위해 더 집중해서 봤다. 영화 초반 장태준이 TV토론에 나가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이 있다. 진짜 경력이 오래 된 앵커 분이 앞에 계셨고, 내 옆자리에도 그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교수님이 계셨다. 연기인데도 불구하고 압박감이 있더라.(웃음) 게다가 현장은 실제 뉴스 스튜디오이기도 했다. 보는 것과 직접 앉아서 하는 것이 너무 달랐다. 그 때 장태준의 감정이 치고 들어왔다."

박해일은 이 영화를 통해 수애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수애가 자신의 상대역으로 박해일을 추천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일반적인 부부보다는 욕망을 공유하는 동지같은 모습이다. 영화 속 두 사람은 한 방에서 트윈 베드를 쓴다. 독특한 부부의 모습인데도 함께 서 있는 투샷을 잡으면 꽤나 잘 어울린다.

"수애가 평소 도전적인 배우라고 생각했다. 워낙 필모그래피가 다양하지 않나. 그런데 함께 작업해보니 털털한 면도 있더라. 공식적인 자리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꼭 한 번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이번에 호흡을 맞추게 돼 기뻤다."

박해일의 수애에 대한 칭찬이 이어진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오수연 캐릭터를 수애가 한다는 얘기를 듣고 수애가 또 변신을 하려고 하는구나 싶었다. 수애가 이런 역을 한 적은 없지만 어쩐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수애는 정말 이 캐릭터를 철저하게 준비했다. 수애의 모습을 보고 내가 빨리 적응을 해야겠다 싶었다."

'상류사회'는 특유의 날선 대사로 상류사회에 대해 노골적으로 조롱한다. "재벌만 겁없이 사는거야, 너는 그러면 안돼" "재벌들이 자기들끼리 죽을 듯이 싸워도 자신들의 돈이 담 밖으로 넘어가게 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가져도 계속 가지려 한다, 그래서 아무도 만족을 안한다" 등 대사가 귀에 쏙 박힌다. 묵직하지만 군데군데 위트있는 대사를 넣어 의외의 웃음도 만들어낸다. 블랙코미디의 느낌도 난다. 대사의 맛이 뛰어난 영화다.

"영화 속 대사만 잘 살려도 영화의 콘셉트를 잘 살려갈 수 있겠다 싶었다. 대사가 배우들에게 길라잡이였다. 오수연과 장태준의 동지적인 모습도 대사를 통해 잘 드러냈다. 수애와 대사를 주고받는데 호흡이 잘 맞았다."

명확하고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상류사회'는 수위 높은 노출 때문에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박해일의 생각을 물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 '과감함'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이 정도는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예민할 수밖에 없어서 이 장면들을 촬영하기 전 감독님과 배우들이 모여서 얘기를 많이 했다.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면서 충분히 합의했다. 어떤 배우에게도 큰 무리가 되진 않았다. 그리고 성인 관객들이 관심있어할 소재로 과감한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

영화에 대한 논란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말에 박해일은 "비생산적인 일"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뭐든 다 끝내놓고 나서 부담을 느끼는건 비생산적인 일인 것 같다. 돌이킬 수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건 여러 분들께 '잘 써달라. 도와달라' 말하는 것 뿐"이라고 웃었다.

[인터뷰] 박해일 "내 욕망? 반보라도 앞으로 걸어가는 배우"
영화는 1등의 목전이 있는 2등과 3등의 욕망을 그리고 있다. 끝으로 박해일에게 장태준인 아닌 배우 박해일의 욕망에 대해 물었다.

"내 욕망은 명확하다. 에너지가 남아있는 배우이고 싶다. 반보씩이라도 앞으로 가려고 한다. 과거의 나보다 후퇴하지 않고 싶다. 육체와 정신이 가능할 때까지 해보고 싶은 작품을 만나서 충실히 연기하고 싶기도 하다. 경쟁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내 자신이 너무 뒤쳐지는 것은 못참는다. 그렇게 작품을 대하고 싶다. 비교나 경쟁보다 동기를 갖고 행동하고 싶다. 배우가 나이를 먹으면 캐릭터를 연기하는 깊이기 달라진다. 그렇게 다른 모습으로 매년 관객을 만나고 싶다."

꾸준히 일하고 있는 박해일에게 차기작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현재 조철현 감독의 '나랏말싸미'를 준비 중이다.

"스님 역할이라 삭발을 해야 한다. '은교' 때 특수분장 때문에 삭발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하게 됐다. 느낌은 그 때와 다를 것 같다. '상류사회' 홍보를 잘 마무리 짓고 깎을 수 있길 바란다.(웃음)"

사진 = 허정민 기자


오미정 기자 omj0206@enews24.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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