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박지은 작가가 가리키는 그 달이 참 궁금합니다

enews24 이인경 기자 | 입력 2013-12-26 오전 9:10:51 | 최종수정 2013-12-26 오후 7:16:44


최근 안방극장이 외계인과 지구인의 시한부 사랑 이야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18일 첫방송한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방송 3회만에 19.4%(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를 기록하며 20% 고지를 넘보고 있다. 방송 2회 후, 강경옥 만화 작가의 '설희' 등을 두고 표절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여러 시끄러운 상황에도 '별그대'는 이 우주상에 존재하는 운명과 사랑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며 박지은 작가의 내공과 필력을 고스란히 입증하고 있다.

박 작가가 들려주는 '서로 다른 별에서 온 180도 다른 두 생명체의 사랑'. 마치 '블랙홀'처럼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별그대'  박지은 작가가 가리키는 그 달이 참 궁금합니다
# 비현실을 통해 현실을 보다

'별그대'는 1609년 광해 1년, 조선에 출몰한 UFO에서 내린 외계인이 자기 별로 돌아가지 않고 400년 이상을 살아가며 겪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이 외계인은 도민준(김수현)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며, 3개월 뒤 자기 별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구인을 400년간 관찰하면서 그가 내린 결론들은 참으로 시니컬하지만 한편으론 설득력이 있다.

그는 제자들에게 사랑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단언컨대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사랑이 보여주는 잠깐의 허상 때문에 당신의 소중한 것을 희생시키지 말라"고 주장한다. 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이런 것들을 지구인들은 운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인간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인간사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자신의 소신을 분명히 알렸다.

이렇듯 비현실적인 외계 생명체가 남자 주인공이지만, 시청자들은 냉철한 지구인 관찰자인 도민준의 눈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더욱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더욱 재밌는 점은 논리로 설명안되는 운명, 사랑 등 인간들이 겪는 모든 사건과 감정들이 결국 도민준에게도 전이돼 그를 전복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도민준은 이미 싸가지없는 톱스타이자 운명의 여인 천송이(전지현)를 만나, 그 의미 없는 사랑에 빠졌으며, 막으려 해도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는 것을 알지만 천송이를 위해 인간 일에 개입할 것이다. 논리와 이성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이 지구상에 벌어지는 일들을 외계인은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가볍고 웃긴 상황이 매순간 벌어지지만 박지은 작가는 이 진지한 질문을 끊질기게 놓지 않으며 시청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그의 드라마적 화법은 또한 '한번 보면 빠져나갈 수 없게' 하는 중독성으로까지 이어진다.

'별그대'  박지은 작가가 가리키는 그 달이 참 궁금합니다
# 손가락보다 달이 더 궁금하다

혹자는 '별그대'가 표절이라고 하고, 드라마 제작사와 박지은 작가는 양심선언까지 하며 이를 반박했다. 일부 작품의 설정들 혹은 클리셰가 너무 '별그대'에 집중돼 있다는 주장이 핵심인데 이러한 사건들을 보면서 오히려 '견지망월'(달을 보라 가리켰더니 달이 아닌 손가락 끝만 쳐다본다는 사자성어)이라는 말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아직 '별그대'는 본격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은 초반이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시한부 사랑이 어떻게 설득력 있게, 현실적으로 와 닿을지가 앞으로 가장 궁금한 부분이다. 또한 시청자들은 클리셰 같은 설정 혹은 아이디어에 감동해서 드라마를 보는 게 아니다. 살아숨쉬는 대사와 배우들의 열연, 창의적인 연출력 등 여러 많은 미덕들에 총체적으로 마음을 빼앗겨 본다. '별그대' 같은 경우 단연 박지은 작가의 대본이 이중 가장 큰 미덕이자 힘일 것이다.

사실 비슷한 설정을 따지고 들자면, '별그대'에서는 수십가지 작품이 엿보인다. 어린 시절 운명의 여인(한가인)과 헤어진 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자기 곁을 지키고 있는 궁녀가 그 여인인지 깨닫게 된다는 왕(김수현)의 이야기를 그린 '해를 품은 달', '국민 요정'으로 추앙받지만 누구보다 외롭고 거친 싸움 속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한 여배우(김하늘)과 연예계의 이면을 날것 그대로 까발린 '온에어' 등이 '별그대'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어디서 본 것 같다" "진부하다"는 느낌 대신 "볼수록 재밌다" "점점 빠져든다"라고 평하는 것은 분명히 '별그대'가 가진 매력과 미덕이 강하기 때문이다. 박지은 작가의 전작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을 관통해 보면 작가만의 철학이 분명히 이번 '별그대'에도 녹아들어가 있다. 배우의 이미지와 평소 모습을 잘 간파해 대본으로 녹여내는 디테일한 센스와, 진지함과 가벼움을 오가는 강약 조절 등이 바로 박 작가의 내공이다.

첫회부터 천송이는 도민준에게 "나 몰라? 북한에서 왔어?"라며 김수현의 전작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연상케 하고, "자선냄비에 씹던 껌도 안 넣을 놈"이라는 욕설을 하며 전지현의 작품 '도둑들'의 캐릭터인 '예니콜'을 유쾌하게 떠올리게 한다.

이 외에도 천송이의 엄마는 "제국 그룹과 팬텀에서 우리 딸을 모시려고 계속 연락해 온다"며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의 배경인 제국 그룹, '유령'의 미스터리 범죄자 팬텀을 지칭해, 드라마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병자년 방죽을 부리는군"이라는 도민준의 조선욕(?) 또한 네티즌 사이에 대히트를 쳤을 만큼 신선하면서도 강렬하게 와닿았다. 박지은 작가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인연으로 카메오 출연한 유준상의 코믹 열연도 '별그대'를 보게 만드는 한 단면이었다. "이휘경(박해진)! 네 여자친구가 천송이(전지현)면 내 마누라는 김남주다"라고 외치는 유준상의 절규는 당연히 박지은 작가이기에 가능하고 웃길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박지은 작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저는 '조선에 온 슈퍼맨이 지구를 떠날 날을 3개월 앞두고 운명의 여인과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라는 스토리의 큰 줄기를 잡게 되었다"라고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 밝히며 2002년부터 '별그대'를 구상하고 연구했음을 알렸다.

박지은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 기적과 같은 사랑이 외계인과 천송이를 어떻게 변화시켜 놓을지 시청자들은 지금부터가 더욱 궁금하고, 열광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과연 지구 생활의 관찰자인 도민준이라는 외계인이 400년동안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석게 여겼던 인간의 운명과 사랑의 감정 등을 자신의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지구를 떠나 자신의 행성에서 천송이와의 사랑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을지 말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박지은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운명과 사랑'이라는 달을 만날 때, 그 손가락 끝이 아닌 진짜 달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알고 싶고 기다리고 싶다.


이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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