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7'이 남긴 유산, 추억학개론 vs 사랑학개론

enews24 고홍주 기자 | 입력 2013-02-15 오전 1:10:43 | 최종수정 2013-02-15 오전 1:10:43


꿈 같은 시간여행이었다. tvN 주간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추억이라는 값진 유산을 안겨준 채 그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7월 1화 '열여덟' 편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타임머신을 가동했던 '응답하라 1997'(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은 2012년 33살이 된 주인공들이 동창회에 모여, 추억 속에 묻어뒀던 1997년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꺼내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H.O.T.와 젝스키스로 대변됐던 19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H.O.T. 광팬 시원(정은지 분)과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개성만점 고등학생 여섯 남녀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 모두의 추억이기도 했다.


'응답하라 1997'이 남긴 유산, 추억학개론 vs 사랑학개론
▶ 응답 버전 '러브 액츄얼리'..첫사랑부터 가족애까지

'응답하라 1997'은 결국 모든 사랑을 아우르고 있었다. 무관한 것으로 보였던 각각의 에피소드는 결국 한 궤도 안에서 '사랑'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소꿉친구에서 관계적 난이도를 발전시킨 끝에 결국 남편과 아내로 만나게 된 윤제(서인국 분)와 시원(정은지 분). 이들은 같은 시대를 지나, 같은 추억을 공유하며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사랑을 키워온 학찬(은지원 분)과 유정(신소율 분)의 이야기도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극적인 드라마였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다른 남녀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들 커플의 사랑은 그야말로 이 시대 연애지침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진 준희(호야 분)는 '배려'라는 그만의 방식으로 윤제에 대한 마음을 보여준다. 그의 첫사랑이 처절하게 아름다운 이유이기도 했다.

가족애는 이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던 소소한 즐거움이자 감동이었다. 시원의 부친(성동일 분)이 암 진단을 받고 병동에 입원한 상황. 시원의 모친(이일화 분)은 TV 드라마에서 누군가 암으로 죽는 이야기만 나와도 마음이 아파 드라마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시원의 모친이 전화기 넘어 작가에게 눈물로 사정을 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시게 할 만큼 진한 가족애의 감동이 버무려진 대목이었다.

부모 없이 서로에게 의지해왔던 태웅(송종호 분)과 윤제가 '사랑'이라는 갈림길에서 딜레마를 극복해가며 보여준 진한 형제애도 가슴 먹먹한 감동을 선사했던 한 장면이다. 이 외에도 "딸아 딸아 개딸아"라고 한숨을 쉬면서도 소소한 일상에서 딸에 대한 애정을 엿보게 하는 부녀의 사랑, 시골 동사무소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던 방성재(이시언 분)가 산 속 깊이 사는 할머니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도 또 다른 의미의 사랑을 일깨우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결국 '응답하라 1997'은 가수를 좋아하는 주인공 시원의 이야기로 시작해 부부, 부녀, 형제,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이야기를 담아낸 '러브 액츄얼리'로 거듭나 있었던 것이다.


'응답하라 1997'이 남긴 유산, 추억학개론 vs 사랑학개론
▶ '그 땐 그랬지' 익숙한 설렘..들리는가 나의 90년대여!

'추억'은 '응답하라 1997'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였다. 방송 내내 흘러나오는 추억의 음악과 아이템들, 그리고 90년대 이슈들에 대한 언급은 드라마를 보는 최대 묘미가 아닐 수 없다.

그 때 그 시절 향수를 자극한 삐삐, 다마고치를 비롯해 이스트팩 가방 등 특정 브랜드 상표의 등장은 연일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H.O.T. 포스터 및 방송테이프 뿐만 아니라 H.O.T. 팬픽, 당시 콘서트 티켓 등 당시 팬 문화에 대한 완벽한 재현은 타임머신에 오른 생생함을 더해주기도 했다.

매회 방송에서 구현한 90년대는 추억 그 자체였다. 일례로 지난달 28일 방송된 11화 '관계의 정의'와 12화 '손의 의미'에서는 사이버 가수 아담, 얼굴 없는 가수로 대박을 냈던 가수 조성모의 등장을 비롯해, SBS '좋은 친구들'의 인기 코너였던 '비교 체험 극과극'이 언급돼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추억의 만화로 잘 알려진 천계영의 '오디션'과 '이나중 탁구부'가 화면에 등장해 반가움을 안겨줬다.

'응답하라 1997'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은 '추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억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선물이다. 매회 제작진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깨알같은' 추억의 되살림은 '응답하라 1997'이 보여줬던 최고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응답하라 1997'이 남긴 유산, 추억학개론 vs 사랑학개론
사진=tvN 화면캡처


고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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