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믿고 본다. 그래서 김성주다.

enews24 안소현 기자 | 입력 2014-06-18 오전 9:43:56 | 최종수정 2014-06-18 오후 3:43:41


국민캐스터 김성주의 화려한 귀환이 반갑다. 특유의 노련미와 재치는 노력으로 다져진 전문성을 만나 시너지를 폭발했다. 8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그는 90분을 즐기며 제2의 그라운드를 활발히 누비고 있었다.

앞서 김성주가 2014 브라질 월드컵의 MBC 캐스터로 발탁됐을 때 일부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미 예능인으로 익숙해진 그가 캐스터로서의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앞서 소치올림픽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그간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SBS 배성재 차범근 콤비와 시청률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인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판은 뒤집혔다. 안정환이 돌직구 해설로 연이어 돌발 어록을 터뜨렸고, 송종국 역시 안정적인 해설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MBC는 시청률 정상에 올랐고, 그 중심에는 김성주가 있었다.

"역시 김성주"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청량감 있는 목소리는 새벽잠을 깨웠고, 방송에 서투른 두 해설위원의 역량을 최고조로 이끄는 김성주의 줄타기는 보는 이들에게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경기의 리듬을 탈 줄 아는 그는 말 그대로 뼛속까지 캐스터였다.

[인터뷰] 믿고 본다. 그래서 김성주다.
- 8년 만에 월드컵 중계석에 앉은 소감이 어떤가?

"중계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스포츠를 볼 때 경기도 중요하지만 캐스터나 해설자의 중계를 유심 있게 봐 왔다. 애국심에 기대는 중계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괜찮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스포츠팬들의 수준이 높아졌다. 프리랜서를 선언하고도 케이블 등에서 중계를 하기도 했다. 요즘 트렌드는 어떤지 늘 살펴왔고 준비해왔다. 과거에는 다른 프로그램을 하려다 캐스터로 떠밀려 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요즘 친구들은 캐스터에 대한 꿈이 명확하다. 정말 잘하고 보면서 많은 자극이 된다."

-안정환 송종국 3인 체제의 가능성을 어떻게 봤나?

"안정환의 경우 잠재된 끼가 많다. 선수 시절에는 외모 때문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지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 어떻게 숨기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스타플레리어였던 만큼 스타 해설위원이 될 가능성 역시 높은 사람이다.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뱉은 것이 최근 방송 트렌드와도 잘 맞는다. 송종국의 경우 안정환과 다른 매력을 가졌다.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해설하고 멘트도 잘 받아친다. 안정환이 솔로라면, 송종국은 합창을 잘하는 가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둘은 비슷하다. 운동선수의 특징이 가식이 없고 솔직하다. 그런 점들이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의 역량을 끌어내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믿고 본다. 그래서 김성주다.
-'아빠 어디가'의 호흡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아빠 어디가'를 찍기 이전에 두 사람과의 교류는 없었다. 하지만 중계를 하는 입장으로 관심이 많이 갔던 선수들이다. 그래서인지 '아빠 어디가'에 캐스팅되고 다른 아빠보다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축구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친밀감이 중계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허물없는 사이다 보니 브라질에 가기 전 매일 같이 SNS로 괴롭히며 호흡을 맞춰봤다. 약간 운명적인 것 같다. 메인캐스터로 처음 나섰던 2006 독일 월드컵 토고전에서 송종국이 패스하고 안정환이 슛을 쏴 승리했다. 그걸 내가 중계했다. 원정 첫 승이었다. 그 영광을 다시 한 번 만들어 내고 싶다."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 아닌가?

"어떤 사람들은 '김성주는 축구 잘 몰라'라고 말한다. 처음 MBC에 입사했을 때 캐스터로서의 열정은 정말 뜨거웠다. 해외 중계를 매일 같이 보면서 전문가적인 표현 속되게 말해서 허세 가득한 단어들로 내가 준비한 지식들을 내뱉고 싶어 했다. 지적인 과시 같은 것들이었다. 마니아들만 보는 경기라면 그런 점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월드컵은 전 세계인들의 축제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즐기는 경기다. 어려운 말보다는 눈높이를 잘 맞춰야 한다. 그 점이 가장 어렵고 숙제다. 캐스너는 지휘자라고 생각한다. 직접 연주를 하지 않지만 모든 악기의 성향을 알고 악기가 잘 연주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가끔 지휘자가 악기를 빼앗아 소리를 내는 우를 범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 우를 범하지 않고 해설자들을 잘 끌고 가는 것이 캐스터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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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로서 김성주의 접근 방식은 어떤가?

"중계를 해보니 캐스터는 언제나 해설자의 조연에 불과했다. 캐스터가 빛을 못 보는 상황들이 아쉽게 느껴졌다. 1997년부터 중계를 했는데 정말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언제나 조연에 불과했다. 그래서 고민의 고민을 거듭해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다시 중계석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이를 위해 예능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김성주의 중계를 만들고 싶었던 소망 때문이었다. 예능을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이 '넌 망가지고 아나운서로서의 체면은 다 버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난 스포츠 중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예능에서도 어떤 선을 유지해왔다. 중계를 위한 내 고집이 다른 예능인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게 했고 중계석에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만들었다. 예능으로 쌓은 순발력 등이 중계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8년 전 호흡을 맞췄던 차범근 해설위원과 이제 경쟁자가 됐다.

"축구선수로서 한 획을 그었던 대단한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도 또 잘하기 쉽지 않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선수들 입장에서 따뜻하게 감싸주는 최초의 해설자였다. 인간적으로도 그런 마음을 갖고 계신 분이다. 네 번의 월드컵을 중계했다는 점만으로도 그분의 역량을 알 수 있다. 다시 호흡을 맞출 기회가 온다면 영광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기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방송사 간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같은 스타일이라면 100전 100패다. 차범근 해설위원이 갖고 있지 않은 색으로 승부할 것이다. 그런 부분을 집요하게 준비했고, 어필하력고 하고 있다. 보다 친숙하고 재미있는 중계를 할 것이다. 승부욕은 생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새로운 중계스타일의 가능성을 인정받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살살해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사진=김병관 기자


안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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