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사빠 인터뷰] '사도' 유아인, "앞으로도 훌륭한 소년이 되고 싶다"

enews24 이인경 기자 | 입력 2015-09-10 오전 9:53:47 | 최종수정 2015-09-11 오전 10:22:54


뻔한 질문을 뻔하지 않게, 그리고 진심을 다해 대답하는 능력을 지녔다.

거침없고 진지하면서도 유쾌하다. "이렇게 솔직하도 돼?"라는 생각이 들 정도 유아인은 한계와 경계를 무너뜨리는 배우이자 청년이었다.

[金사빠 인터뷰] '사도' 유아인, "앞으로도 훌륭한 소년이 되고 싶다"
[金사빠 인터뷰] '사도' 유아인, "앞으로도 훌륭한 소년이 되고 싶다"
"천만 배우가 된 영화 '베테랑'과 16일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사도'까지 대단한 에너지다"라고 이야길하자 그는 "촌스럽지만 초심을 잃지 말아야죠"라며 자신의 첫 주연 영화를 언급했다.

"제 첫 영화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7)인데 잘 모르시죠? 1만명밖에 안봤으니 아마 못보셨을 거예요.(웃음) 그 영화 마지막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훌륭한 소년이 될 거냐"고. 전 그래요. 지금도 앞으로도 '훌륭한 어른이 아닌 소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사도'에서 제가 허공으로 쏜 화살처럼, 배우로서의 제 화살은 지금 활시위를 떠나서 '사도'를 지나고 있어요. 그리고 제 첫 활시위가 되어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다시 생각나고 고마워요. 지금의 날 있게 해준. 소년성을 끊임 없이 부여하는 것, 그게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제 방법이죠."

영화 '사도'의 16일 개봉을 앞둔 유아인의 인터뷰는 이렇듯, 1분 1초도 아깝고 붙잡고 싶은 시간이었다. 인터뷰 전날 '사도' VIP 시사회 뒤풀이 때문에 "새벽 세시까지 달렸다"지만, 그는 9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수십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생수를 연신 들이키며 정신을 부여잡으려 애썼고 실제로 피곤한 기색을 내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배우로서의 가치관, 근황까지 솔직하게 전하는 유아인의 열정에, "왜 온 영화계가 그와 사랑에 빠졌는지" 더더욱 느낄 수 있었다.

[金사빠 인터뷰] '사도' 유아인, "앞으로도 훌륭한 소년이 되고 싶다"
-'베테랑'에 이어 쉬지 않고 '사도'의 홍보까지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겠다.

"어제 '사도' VIP 시사회 뒤풀이가 끝나니 새벽 두세시였다. 최근 일주일 내내 '사도' 홍보 인터뷰와 무대 인사 등 여러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영화 '해피 페이스북' 촬영도 하고,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도 찍어야 한다. 바쁘지만 재밌고 행복하다. 특히 '해피 페이스북'의 경우 로맨틱 코미디라, 내 본업인 생활 연기로 돌아가서 신이 난다. 그동안 진지하고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로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물론 배우가 본업인데 (역할을) 가리는 건 말이 안되지, 다 해야 하고 다 할 거다.(웃음) 가끔 회사원도 직장 가기 귀찮을 때 있지만 열심히 다니지 않나. 배우로서의 내 삶도 그렇다. 아주 가끔 귀찮아도 버겁다, 하기 싫다는 생각은 안든다."

-'베테랑'에 이어 너무 빨리 '사도'를 선보이는데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찍으면서 캐릭터 잡기 힘들지는 않았는가?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당장 내일이라도 할 수 있다. 내 안에서 그 모습을 꺼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다. 다만 어떤 캐릭터든 나는 유아인화시키고, 내 안에서 조합해내려 하기 때문에 나라는 그릇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수록 더욱 창조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캐릭터에 살을 붙이고 꺼내놓고 싶다. 조태오 말투를 가지고 "진짜 유아인이 저래?" 하시는데 실제 내 말투가 그렇다. 악역이라고 해서 일부러 완전히 말투를 세게 바꾸는 식은 내 방식이 아니다. 평소 내 말투도 영감처럼 나올 때가 있고 할머니처럼 들릴 때가 있다."

-'베테랑'과 '사도' 모두 아버지에 대해 투쟁하거나, 혹은 결핍이 있는 인물 같다.

"맞다. 결핍과 투쟁, 그래서 두 인물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장르적 특성이 서로 다르고 강렬하다 보니까 달리 보일 수도 있다. 마치 폭풍이라도 치듯이. 다만 '베테랑' 재벌 3세 조태오는 현대판 왕자고, '사도' 속 사도는 과거 실존했던 왕자다. 같은 결의 고민과 번민을 지닌 인물들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우리가 그 왕자, 재벌 3세들을 너무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자꾸 왕자, 공주님 같은 존재를 찾고 동경하고 그들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재벌과 왕자 공주에 대한 이중성,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사도세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반항하고 엇나가게 된다. 부모와 갈등하는, 질풍 노도의 모습인데 영화를 하면서 혹시 '나중에 자식을 어떻게 길러야 하겠다'는 교육관이 생기진 않았가.

"세대간의 갈등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전 전적으로 10대와 20대 친구들 편이다.(웃음) 부모라면 자식을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1등 만드는 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내 아들, 딸들이 과연 누구일까? 이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라는 의문을 갖고 존중해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난 나중에 부모, 아빠가 될 자신이 없다. 과거 SNS에 아이를 낳은 누나에게 쓴 글이 있는데 거기에 "너무 유난떨지 말라"는 이야길 했다. 과도한 관심은 아이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경쟁력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은 좋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목표와 미션을 주고 거기에서 1등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 아닌가? 자기 아이만의 특별함을 발견해서 경쟁력을 키워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실제로 그런 환경의 부모님에게서 자랐나?

"꼭 그런 건 아니다. 나 같은 경우는 17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연기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당시 연기자 되는 것을 반대하셨지만 그렇다고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신 것도 아니었다. 아버지와 관계가 '사도'처럼 소원하기도 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고 또 이해한다. 지나고 보면 왜 그때 부모님이 그런 얘길 했는지 이해되지 않나? 대학 가서 먹고 살 걱정 안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셨던 거다. 지나고 보니, 실제로 공부 안한게 후회도 된다. 그래서 검정고시를 쳤고 대학에 갔다. 아직까지도 학문에 대한 갈증과 동경이 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학문과 스펙, 그런 걸 쌓고 싶은 이유는 솔직히 학벌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과 편견 때문이다. 내가 지금 어떤 상황에 대해 내 목소리를 내면 '20대 철없는 배우가 한 소리 하네'라고 치부하지만 좋은 대학을 나온 교수나 권위자의 이야기라면 사람들이 귀 기울이지 않나? 한낱 의미 없는 연예인의 목소리로 치부되기 싫어서 더 공부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고아성이 대단하고 기특하다. 아성이가 성균관대에서 철학을 전공한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어렸던 꼬맹이가 어떻게 철학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갔는지, 대단하고 부럽다."

[金사빠 인터뷰] '사도' 유아인, "앞으로도 훌륭한 소년이 되고 싶다"
-만약 사도처럼 아버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 용서할 수 있겠는가? 혹은 본인이 생각하는 사도는 마지막에 영조를 용서했다고 보는가?

"(단호히 그리고 재빨리) 그렇다. 인간은 무언가 끊어낼 수 없는 커넥션, 혈연, 천륜 같은 것 안에서는 반드시 마음을 내어 줄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그런 순간이 온다고 믿는다. 아버지가 날 괴롭히긴 했지만 그게 죄는 아니지 않나?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용서란 말은 맞지 않은 듯하다. 물론 사도를 연기한 배우로서 아버지를 향한 원망 같은 마음을 이해한다. 사도는, 그리고 인간은 결국 자기 편이기에 자기 안에 있는 미움의 덩어리를 훌훌 털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영조(송강호)가 마지막에 죽어가는 아들 앞에서 9분에 걸친 독백을 한다. 이 장면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나리오 상에는 영조의 독백이 아닌, 사도와 주고받는 대화로 그 대사들이 나온다. 다 죽어가는 상황에서 솔직히 어떻게 대화가 가능한가. 하지만 아주 영화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적으로 아름답고 슬픈 신이구나 하는. 물론, 아들한테 실컷 괴팍하게 해놓고 갑자기 자기를 합리화하는 영조의 모습이 아들 입장에서는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그러나 결과물을 보니 두 사람의 주고받는 말들이 실제가 아닌 모호하게 처리되면서 공감이 갔다. 아무리 비정한 아버지여도 아들에 대한 사랑은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장면 같다. 아들 잘 되라고 사랑의 매를 들었던 거지."

-영조 앞에서 대리청정을 하는 사도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송강호와의 케미는 어땠는지?

"사실 그 대리청정 신이 송강호 선배님과 처음 찍었던 장면이었다. 그때 지각을 해서 죄송한 마음에 더욱 목소리를 세게 내고 내질렀다. 하지만 그 신은 사도가 영조의 기세에 눌려 밀렸어야 하는 신이었다. 내 판단 미스였다. 이준익 감독님에게 디렉션을 받고 다시 톤을 잡은 뒤 연기했다. 아직도 내가 부족하다는 걸 느꼈고 창피했다. 그렇지만 배우로서의 카타르시스는 최고이기도 했다. 내 뒤에 그 대단한 송강호 선배님이 있고 내 앞에는 하늘의 별처럼 훌륭하신 선배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그들 앞에서 군주의 위엄을 드러내니, 어찌 배우로서 짜릿하지 않을 수 있을까?"

-늘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이다. 신비주의 없이 다작을 한다.

"신비주의는 절대로 내가 할 수도 없는 영역이고 그렇게 하기도 싫다. 어떤 면에서 난 혼란을 주는 배우이고 싶다. "아 유아인이 저런 면도 있었어?"하는 혼란스러움을 주는. 그런데 사실 '베테랑' 조태오에 대한 한 반응을 보고 충격받았다. "유아인 악역 지겨워"라는 댓글이었는데 그런 악역 처음 한건데 왜 식상하다는 반응을 보였을까. 옛날엔 안 좋은 반응 보면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있었는데 요즘엔 그래도 덜한 편이다. 대중에게 '나 이렇게 메소드 연기했고 다른 모습 보여줬으니 인정해줘'라고 하는 건 내 욕심이다. 다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어필하고 싶다. 나 만큼 도전적이고 새로운 선택을 하는 배우는 없다는 것, 그게 내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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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류승완 감독은 어떤가? 둘의 차이점이 있는지.

"음, 갓승완 갓준익? 두 분은 공통점이 더 많다. 영화판 안에서 모든 스태프들은 감독이 신 같은 존재라고 여기고, 완벽하길 바란다.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지니고 책임을 지는 자리다. 그런 점에서 두 분은 내게 어마어마한 영감과 교훈을 주신 분들이다. 감독의 무게와 책임을 정확히 아신다. 항상 유쾌하시고 유머 있으신 것도 공통점이다. 그 유머 안에서 번뜩이는 것들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이준익 감독님이 좀 더 여유가 있으시고, 류 감독님은 의외로 칼 같은 면이 있다."

-천만 배우로서, 독보적인 20대 남자배우로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내 첫 주연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 이런 대사가 마지막에 나온다. '훌륭한 소년이 되고 싶다'는. 어른이 아니라 소년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살고 있다. 나의 첫 활시위가 되어 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고맙다. '사도'에서 허공을 가르는 활처럼, 내 화살은 배우로서 지금 '사도'를 지나고 있다. 소년성을 끊임 없이 부여하는 것, 그게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제 방법이다. 촌스럽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

사진=허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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